햇살과 물결 사이, 빠지에서 보낸 하루

햇살 가득한 날, 빠지에서 보낸 하루는 그야말로 도심 속 작은 휴가였다. 튜브 타고 물에 둥둥, 친구들과의 수다, 맛있는 간식까지! 물놀이와 여유가 어우러진 그날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바람이 조금씩 불고, 햇살은 더 이상 무겁지 않게 살결에 닿던 그날. 딱 그 순간이었다. “빠지 갈래?” 누군가 툭 던진 말에, 우리 모두는 그야말로 주저 없이 “콜!”을 외쳤다. 차에 튜브랑 간식이랑 챙겨 넣고, 짐이 많으니 괜히 들뜬 마음까지 보너스로 함께 실었다. 빠지는 늘, 마치 어린 시절로 순간이동한 것처럼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곳이었다.

빠지, 그냥 물놀이장 아니야?

‘빠지’라고 하면 누군가는 그냥 수상 레저장쯤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강과 호수가 만나는 곳, 물결이 잠잠한 곳에 자리 잡은 빠지는, 도심에서 한두 시간만 가면 만날 수 있는 피서지다.

여름마다 그곳은 우리만의 작은 성지가 된다. 바나나보트, 웨이크보드 같은 짜릿한 놀이도 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에게 빠지는 단순한 ‘놀이 공간’이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난 쉼표 같은 곳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아 여기 잘 왔다’는 기분

빠지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느껴지는 건 ‘물 냄새’다. 그 특유의 습기와 풀 냄새, 태양 아래 번지는 튜브들의 알록달록한 색깔이 눈을 간질인다.
음악이 조금 크게 울려 퍼지고, 사람들 웃음소리에 기분도 절로 좋아진다. 빠지 관리 아저씨가 “튜브 타보실래요?” 하고 말 건넬 땐, 이미 반쯤 물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물에 둥둥, 떠 있는 시간이 주는 자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튜브 타고 물 위에 누워 있었던 시간이다. 아무 말 없이 하늘을 보며 떠 있기.
햇살은 살짝 따갑지만, 물이 차가워서 그 느낌마저 기분 좋다. 친구들끼리 말도 없이 둥둥 떠 있다가, 갑자기 “야, 배고프지 않냐?” 한 마디면 다 같이 웃으며 물가로 움직이는 그 여유로움.

그 누구도 바쁘지 않았고, 누구도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오직 지금 이 순간, 이 사람들과, 이 물결에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빠지 간식은 왜 그렇게 맛있을까?

빠지에서 먹는 컵라면은 그야말로 진리다. 튜브 타고 놀다 지쳐 나와서 먹는 그 한 젓가락은 마치 미쉐린 별 셋짜리 맛.
얼음 동동 띄운 캔맥주, 치킨 한 조각,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까지도 물가에서 먹으면 진수성찬이 된다.
우리끼리는 “이건 빠지 버프야” 라고 부른다. 어디서 먹어도 이런 맛은 안 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다 같이 웃고, 다 같이 젖고, 다 같이 찍은 그날의 사진들

물놀이하면서 사진 찍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겠지만, 빠지에서의 사진은 좀 다르다. 젖은 머리, 튜브에 낑겨 웃고 있는 얼굴, 웅크리고 앉아 뭘 집어먹는 모습까지… 전부 그 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SNS에 올리기엔 너무 덜 꾸며졌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상하게 자꾸 다시 보게 되는 그런 사진들이다.
사진마다 웃음이 담겨 있고, 이야기가 녹아 있다. 아무도 꾸미지 않았기 때문에 더 진짜 같았다.

해가 질 무렵, 마지막 물놀이

하루 종일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지만, 해가 조금씩 기울 무렵이 되면 왠지 ‘한 번만 더’ 하고 물로 들어가게 된다.
노을이 물에 비치고, 바람이 살짝 선선해지면 물살도 부드러워진다.
그 시간의 빠지는 뭔가 낭만적이다.
친구랑 조용히 튜브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하다 보면, 마치 우리 둘만 이 세상에 남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조용하고 고요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마음은 여전히 그곳에

짐을 챙기고 젖은 수건을 비닐봉지에 구겨 넣는 그 순간, 아쉬움이 밀려온다.
차에 타자마자 다들 “아 졸려…” 한 마디씩 꺼내지만, 그 말은 사실상 “오늘 진짜 잘 놀았다”는 의미다.
음악을 틀고 잠시 졸다 깬 뒤, 단톡방에는 벌써 “다음엔 언제 갈까?”라는 메시지가 올라온다.

빠지에서의 하루는 짧고도 길었다.
시간은 금방 흘렀지만, 그 하루 안에 웃음, 여유, 추억, 배부름, 햇살, 물결… 이 모든 게 담겨 있었다.
다음 여름에도, 혹은 이번 여름이 아직 안 끝났다면 한 번 더—
우리 또, 빠지 갈래?


햇살과 물결 사이, 빠지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나들이가 아니다.
그건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괜찮아,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라고 말해주는 하루였다.
혹시 오늘도 지치고 답답한 하루였다면, 이번 주말엔 빠지 한 번, 어때요?

댓글 남기기